'계획이 간단할 수록 성공하기도 쉽다'는 허탁의 주장에 따라 계획

은 아주 간단하게 짜여졌다.

얼마나 간단한가 하면 '어쨌든아이를 유괴한 뒤협박장을 보내

재물도 갈취하고 원한도 갚는다'라는 게 계획의 전부일 정도였다.

싸움이라면 밭을 가는노인네만도 못한허탁이다. 산적질이라도

할라치면 늘 뒤꽁무니에서 눈치만 보는 주제에 아낙과 노인, 애들만

보면 앞장서서 으름장을 놓는 그가 나서는일이기에 웅삼곤은 떨떠

름한 얼굴로 그다지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었다.

단지 그 외에는 뾰족한 수도 없었고,평소 찌그러져 있던 허탁이

이번만큼은 워낙 강경하게 주장했기에 어쩔 수없이 찬성하고 말았

던 터다.

그렇게 급조된 계획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병첩산에서낭패를 보

게 만들었던 늙은이였다. 그 치만 아니라면 표국에서 웅삼곤의 상대

가 될 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하늘의 도우심인지 상대하기가장 껄끄럽던 늙은이가제

발로 표국을 나가주었으니 얼마나 반가운 일인가!

이제 남은 일은 계획의 실천뿐이었다.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던 허탁이 입술을 뗐다.

"이제 기다립시다요!"

"뭐? 기다려?! 당장 쳐들어가서 그 놈을 잡아오는 게 아니구?"

웅삼곤이 반문하자, 허탁은 이 미련곰탱이같은 놈을 따라나서기

로 한 자신의 결정이 과연 옳은 것이었는지 곱씹으며 끓어오르는 속

을 가라앉혀야만 했다.